근황
from 일 기 2010/08/26 11:43
1.
출소 후 제일 먼저 하게 될 줄 알았지만 가장 늦게 하게 되었으며, 쉽게 사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것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은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하다. 그 '안'에서 소문이 무성했던(!) 트위터는 아직 접근 전이다. 하지만 이내 친해지겠지.

1년 2개월여 간 사용하지 않은 노트북은 내가 사용하지 않아 '애정 결핍'(?)에 걸린 탓인지 작동을 하지 않으셔서 부품을 통째로 갈고서야 내 '손짓'에 응답했다. 모든 데이터 손실이란 애정 결핍에 대한 복수를 철저히 하고서. 요런 깍쟁이. 그 덕에 사진, 자료, 글 등이 나에게 안녕을 고했다. 침묵으로. 앞으로는 '백업'이란 친구와 친해져서 중요 자료를 창 챙겨야 겠다. 이 참에 노트북에게 백업을 소개도 해주고. 원래 아는 사이어도 어쩔 수 없고.  

2.
출소 후 아픈 분들이 있고 그 중에서는 머리 싸매고 자리에 눕는 분들도 있다 들었다. 그에 비해 난 아프지 않고 튼튼하다며 좋아했는데, 왠걸 마른기침이 거의 일 주일째 지속되고 있다. 기침은 나도 불편하지만 그 소리때문에 주변인들에게도 괴로움을 준다. 어떤 경우엔 자신이 했던 독한 기침 경험때문에 내가 하는 기침 소리를 들으며 괴로워하는 분들도 있다. 이래저래 빨리 치료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마른기침이 예전부터 잦은 편이었으니 이 참에 기관지가 아픈 것이 아닌지 확인해보라고 한다. 그러며 다양한 처방법을 일컬어주시는데, 이 중에서 여러 사람 놀래킨 방법이 일반적인 코카콜라를 달여서 레몬즙을 넣어 마시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초기엔 코카나무와 콜라나무의 액을 주 원료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코카인의 주 원료인 코카나무 잎의 중독성으로 코카나무는 제외하고 콜라나무와 다른 원료들을 사용해서 만든다고. 한 기사에 의하면, 코카콜라의 주 원료는 극비라 '결정적' 원료는 아무도 모른다고도 한다. 어쨌든. 코카콜라를 달여서 해로운 물질을 제거한 후 레몬즙을 마시는 것이 목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지금 마시는 중. 결과가 좋으면 좋겠다.
검색하다보니 별다른 증상 없이 마른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기사가 있어 링크해둔다. 일단 내 증상은 양약을 먹으며 조금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1주일 정도 마른기침이며 그리 긴 편은 아니고 다양한 이유로 기침을 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두고 보자고 했다. 그 사이에 나는 다양한 민간 용법을 활용하도록 해야 겠다. 콜라 달여 마시는 것이 큰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녹즙을 먹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것도 아주 좋다고.

http://www.hani.co.kr/section-005100031 ··· 099.html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10/08/26 11:43 2010/08/26 11:43
지난 5월 19일 구형공판에서 읽은 제 병역거부 최후진술문입니다. 다음 선고공판은 6월 2일 화요일 오전 10시 서초역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에서 열립니다. 이 날 구형이 되면 법정구속이 될 것입니다.
제 소식은 후원모임 블로그(http://blog.daum.net/ugongisan)에서 이후 계속 보실 수 있습니다.

             

최후진술문: 촛불의 거부와 병역거부


우선 저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재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항구적 전쟁의 시대에 전쟁을 강화하고 준비하는 기구인 군대에 들어가 수인(囚人)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전쟁 준비를 거부하는 행위를 통해 자유인이 될 것인가. 저는 이 질문에 병역거부로 대답하며 자유인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현실의 전쟁은 민주주의의 적이며, 우리가 더욱더 갱신하고 지켜야 할 민주주의는 우리의 존엄한 삶과 사회와 법을 만들었고 앞으로 새롭게 갱신해나갈 원천적 힘인 제헌권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물어옵니다. 네가 병역거부의 근거로 말하는 민주주의는 현실에 없다고. 그렇기에 헌법에 의해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정말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행사하고 있는 힘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없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제 신체가 벽으로 둘러쳐진 감옥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말입니다.


제 나이는 스물아홉 살입니다. 병역거부는 제 이십 대 10년의 고뇌가 담긴 결정입니다. 지난 10년 간 제가 살아온 대한민국에, 저는 감히 그 어느 때보다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이 땅의 정의와 존엄을 지키려는 열망이 강하게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열망은 중요한 시기 때마다 켜졌던 ‘촛불’입니다. 특히 2008년에서부터 범역적으로 백만여 명이 들고 있는 촛불은 전무후무할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입니다.


2008년 촛불을 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촛불들이, 그리고 촛불들이 부른 이 노래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국민이 모든 권력을 갖고 대한민국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헌법의 핵심 정신입니다. 이렇게 강력하게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데 현실에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까요? 결코 맞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현실에 있습니다. 민주주의. 이것이 제가 촛불들로부터 배운 정의와 존엄의 가치입니다.


한편 헌법 1조가가 현실에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불리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는 자유와 평등입니다. 아니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는 자유 자유 자유이고 평등 평등 평등입니다. 민주주의는 자유의 무한반복이고 평등의 무한반복입니다. 그래서 촛불들은 거리에서는 통제를 거부하며 집회의 자유를, 언론사에서는 부당한 인사와 감시를 거부하며 언론의 자유를, 일제고사를 거부하며 교육의 평등을, 삶을 불안하게 하는 비정규직을 거부하며 고용과 소득의 평등을 외치고 외치고 또 외쳤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한 거부. 이것이 제가 촛불들로부터 배운 또 하나의 가치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쟁과 이것을 생산하는 행위인 병역을 거부하는 것 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병역법위반 재판과 집시법위반 재판을 받는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이 제 앞에 다가 왔다는 것이고, 이것이 사회와 가족의 불화를 만들어 때로는 글로 쓴 비수가 날아오고, 때로는 눈물을 감싼 휴지가 날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저는 이것들과 평생 함께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판장님. 이 땅에는 광복 이후 1만여 명이 넘는 병역거부자들이 있었고, 이들 모두 감옥에 다녀왔습니다. 그 수와 수감기간은 전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현행법과 제도라면 저와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20대 청년들이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간의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결이 어떠했는지 잘 알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현명한 재판장님의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2009년 5월 19일

오정민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9/05/21 18:24 2009/05/21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