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춤추고 외롭다>의 주어는 <고백>이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술어에 실린 내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 같다. <고백은 춤추고 외롭다>라는 글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나의 쓸쓸함이 어느새 묻어나 있어, 실은 나도 좀 놀랐다. 하지만 내가 <고백은 춤추고 외롭다>라는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고백>에 관한 것이었다.
애초에 이 글은 나비가 말한 『남자의 탄생』, 『박정희 평전』을 쓴 전인권 교수가, 대학 강의 시간에 했다는 ‘자네들의 젊음에 질투가 난다’는 말을 보고 쓴 글이다. 이 말은 내 감성사전에 ‘세상이 나를 속였어’라는 말과 함께 새겨질 것이다.
전인권. 그는 2005년 8월에 죽었는데, 이 때 정운영 교수가 함께 죽었다. 대중적 인지도를 따지면 독특한 분위기로 토론을 이끈 <100분 토론>의 사회자로 알려진 정운영 교수가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져 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전인권이라는 사람의 죽음이 더욱더 놀라웠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그를 잘 알아서가 아니다. 난 그가 쓴 『남자의 탄생』에 대한 평판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 책을 보진 않았으며, 그의 죽음을 통해 그의 책들을 사기 시작했을 정도로 그가 한 작업들을 착실히 따라가 보지 않았다.
『남자의 탄생』의 대한 평판을 들었을 땐, 그가 책을 쓴 것처럼 나도 꼭 한번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쉽다거나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었기에 점점하기 힘들어 졌고, 어느새 내겐 떠 안겨진 부채 같은 것이 되 버렸다. 나의 섹슈얼리티의 형성을 검토한다는 건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전인권 교수는 그것을 했으니, 그는 내게 시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그를 본 적도 그의 글을 꼼꼼하게 본 적도 없는데, 나는 그가 죽었으니 그와 화해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얄밉던 짝꿍의 죽음에 황망해하던 아이가 이럴까.
사실 뻔한 애기다. 난 그가 아니라 나와 ‘화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기차 레일에 던져버린, 먼지가 쌓인 모니터 뒤쪽에 버려둔 나의 기억들과 화해를 해야 했던 것이다. 내가 해야 할 것이 화해인지 아닌지 분명치도 않다. 하지만 내 안의 숨겨진 것들을 끄집어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화해’해서 끌어내는 것이다. 나온 것을 냅따 두들겨 팰지라도.
난, 내가 그 동안 교육되었든 길러졌든 누렸든 어쨌든지 간에 나의 ‘남성성’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었다.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뭘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고백’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숨겨진 듯 하면서도 솔직한, 그냥 그런 것 같으면서도 익혀지지 않는 농밀한 고백이어야 했다. ‘자네들의 젊음에 질투가 난다’ 내겐 이 말이 ‘고백’처럼 들렸다. 사랑한다는 말과는 전혀 다르지만 질투한다는 말도 뭔가 ‘짠~’한 게 있다. 내게 사랑한다는 “혼란스러움을 음악 삼아 추는 춤”이고 질투한다는 “자괴감을 음악 삼아 추는 춤”이다. 전인권 교수의 질투는 내게 자괴감이라는 기괴한 음악에 맞춰 추는 고백 같았던 것이다.
“세상이 나를 속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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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분 소식 듣고 놀랐어요. 이분 수업 듣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그 기회는 다시 얻지 못할 것이 되었네요. 그래서 저도 우공처럼 책을 통해 그분을 찬찬히 더듬어 보려구요.
저도 뒤늦게 서야 전인권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남성 섹슈얼리티' 및 '남성 페미니즘'에 관한 책들을 몇 권 더 보려고 해요. <남자는 원래 그래?>, <남성 페미니스트>, <여성주의, 남자를 살리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이요. 그외에도 몇 개의 논문들을 생각해두고 있어요. 이 와중에 '대화'도 많이 필요할 듯 싶어요. 책을 읽기보다 '나의 섹슈얼리티'를 바라보기가 목적이니까요. 루냐도 언제 시간 내줘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는 말이 뜬금없이 생각나요-_-;; 정운영 교수가 죽은 건 당시 화제가 되었는데(다니던 회사 사람은 그 분 책을 편집한 적이 있어서 문상도 갔었죠) 전인권 교수 소식은 몰랐네요. 저도 책으로나마 그분을 알아가야겠어요.
다음주 토욜에 대추리 가나요? 그때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당-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그냥 스쳐지나가면 들었던 말인데,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오래 곱씹어 볼랍니다.
그리고 제 글이 조금 오해를 살 수 있겠네요. 정운영 교수와 전인권 교수 두 분이 돌아가신 날이 같은 것은 아니에요. 정운영 교수는 2005년 9월 말 경에 전인권 교수는 8월 1일 정도 일 거예요. 어쨌든, 두 분은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셨지요.
전인권 교수의 책을 읽고 정리되는 생각들이 있으면 올릴테니 당고 님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열심히 글을 올려야 겠지요...^-^
3월 3일 대보름 행사에 갈 거예요. 그러니 당고 님과 또 만날 수 있어요. 이번엔 어색함을 조금 덜어내 보아요. 들소리 분들과는 지난 설에 가서 어색함을 많이 없앴어요^^ 제가 좀 주책인데, 그것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