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우둔한 자
from 일 기 2009/01/19 20:16

새로운 삶의 길에 접어들었던 때를 떠올린다. 내가 깨어있고 열려 있다면 매순간이 새로운 길이었겠지만, 그렇지는 못하다. 대학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새로운 길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강렬한 순간만을 추억하곤 했다.

다시 새로운 삶의 길에 들어섰다고 나는 지금 느낀다. 내가 선택했음에도 나는 이 새로운 길이 마치 누군가가 내게 준 길인 듯해서 어색했다. 그러다 대학이라는 강렬한 시간에 들어선 직후 어색해하며 뭔가 갈피를 잡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 시간을 혼란이라 부르고 싶다. 나는 이 혼란을 감당하지 못해 주로 헌책방을 찾아 돌아다녔던 것 같다. 헌책방이라는 정해진 목적지가 있었지만 도착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에 내가 걷는 길은 자유로웠고, 그래서 사색의 길이었다. 책 제목을 보고 목차를 보고 부분 부분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 만을 읽었지만 마치 인생을 바라보듯 신중하게 읽으려 했다. 적지 않은 돈으로 내가 원하는 책을 사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몇 권의 책을 들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내 혼란의 시간은 어느새 내일이라는 미래라는 시간을 살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되고 있었다.

다시 혼란의 시간을 겪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선지(先知)보다는 후지(後知)하는 시간이 내겐 훨씬 더 많았다. 비록 선지자처럼 앞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뒤늦게 얻은 깨달음을 소중히 했다. 뒤늦게 알게된 이 혼란의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수 년 전에 걸었던 그 헌책방 가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삶을 바꾸는 우둔한 자'라는 이름의 '우공'은 혼란보다는 확신의 시간에 만들었다. 이제 이 이름을 혼란의 시간으로 보내야 할 시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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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9 20:16 2009/01/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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