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들어온 빛만이 고요한 방안에 머물러 있었던, 그 밤에 나는 울고 있었다. 최대한 소리 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내 옆에 잠들어 있는 그 사람이 내가 울고 있음을 알아채 주길 바랬지만 그런 일은 있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의 울음은 터졌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와 울었고, 잤고, 울었다. 나의 사랑이 무척 약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밤에 알게 되었고, 그 밤이 오기 전에 했던 나의 말들을 다시 곱씹었고, 울었고, 울었다. 안을 때마다 포근함을 느끼는 그의 몸을 만지고 싶었지만 나는 그조차 하지 못한채 울고 있었다.
울었던 그 시간은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시간이었다. 내가, 나의 사랑이, 내가 한 말이, 내 옆 사람이 ...... 흘리는 나의 눈물조차. 단 하나, 내가 느끼고 싶지 않았던 그 아픔만은 낯설지가 않았다. 울수록 이 아픔은 자꾸 생겨났다. 이 아픔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었고, 피할 도리가 없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그 감정에서만은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서 도망가는 방법을 모르는 한 도망칠 수 없는 것이었다.
나의 아픔에도 역사가 있었기에 지나간 아픔들이 한꺼번에 느껴졌다. 그런데 과거의 아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아픔을 앞으로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나의 직감이었다. 내가 길러왔고, 지금도 기르고 있을지 모를 그런 아픔. 그래서 나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가슴에 사무친 이 아픔의 바닥까지 내려가야 했고, 아픔을 없애고 싶었다. 그럴수록 잊었던 감각들, 기억들이 되살아나 나를 덮쳤고 어느새 나는 다시 울고 있었다.
우리가 했던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하나씩 따져보고, 나는 이 사랑에 충실했는지, 그는 이 사랑에 충실했는지 혼자 묻고 대답했다. 나는 채점관이라도 된듯이 '나는 충실했고, 그는 아니고'를 구분하는, 너무나도 무의미한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의 사랑이 약해진 것이 그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나의 눈물은 그 때문이라며 마음 속에서 그를 질타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헤어지더라도 그 사람 때문이야 ...... 가슴이 철렁했다. 아픈 울음 속에서 이별이 자라고 있었다. 이별을 떠올리자마자 그것에 아파하며 울고 있는 내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우리가 원하는 사랑의 형식을 척도로 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원하는 사랑에 얼만큼 도달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 그 형식에 어긋났는지 아닌지를 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사랑의 형식에 충실할수록 사랑이 더 절실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작 내 앞에 서 있는 끊임 없이 변하는 그를 지우고 있었다. 그가 보낸 문자 한줄, 그가 무심히 쓴 한 단어에 대해 수십개의 문장을 만들어서 물었던 나의 예민한 감각은 없어졌다. 울었던 그 밤이 되서야 나의 감각은 다시금 예민해졌고, 그제서야 너무나 늦게 그와 나의 거리가 다시 멀어져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멀어진 이 거리가 아프고 슬펐다. 그리고 그를 지우면서 나의 욕망, 나의 감정을 지웠음에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그 밤 끝자락에 나는 이 쏟아지는 감정과 생각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에게 이 감정과 생각을 전하고 싶었지만 어디서 말을 시작해서 어떻게 말을 끝내야 할지 몰랐다. 방안을 비추던 어두운 빛이 아침 밝은 빛 속으로 사라지듯이 새벽에 나는 그 방을 나와 사라지고 싶었다. 나는 그의 곁에서 같이 아침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떠난다면 다시는 못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방을 나가면 나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떠나지 못한 내가 그 아침에 한 말은 사랑한다, 더 사랑해 달라, 더 사랑하겠다 였다. 이것은 내 사랑 표현이자 다짐이었다. 그 밤 울었고, 그 아침 사랑을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사랑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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