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제3의 성: 히즈라
National Geographic Channel에서 방영(9/1/03)한 [터부: 성(Sexuality)] 중에서 "인도의 제3의 성: 히즈라" 부분만을 클립으로 올린다. 마침 전남대학교의 김경학교수가 번역해서 출판한 책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히즈라](1998)가 있기에 인류학 영상교재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이 책과 함께 감상한다면 인도 사회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영상 클립에 대한 서현정 박사의 직접적인 해설에 이어서, 여기에 히즈라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인도에서 공부했고, 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인도 현지에서 철저한 fieldwork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김경학교수의 히즈라에 대한 해설을 부탁해본다. 그는 이미 히즈라에 대한 책을 번역한 바 있기에 아마도 더 이상 적절한 분이 없을 것 같다. (이문웅)
참조: 세레나 난다(Serena Nanda)의 [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히즈라](Neither Man Nor Women: The Hijras of India, 1990), (김경학 옮김), 한겨레신문사(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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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제3의 성: 히즈라]
세상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성을 완전히 포기해야만 한다면 어떠할까?
새로운 성을 확정하는 것이 어떤 곳에서는 전혀 새로운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져다준다. 10억이 넘는 인구를 갖고 있는 인도는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분리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히즈라(Hijra)는 가장 중요하고도 심오한 면에서 남들과는 다른 사람들로, 완전한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 3의 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모나 아메드 역시 히즈라이다. 히즈라는 거세를 받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인도인들은 이들을 자웅동체, 동성연애자, 성불능자, 또는 소명을 받은 자로 여긴다. 이들은 남자도 아니고 남자로 살 수도 없다. 모나 역시 남자로 태어났지만 마음 깊은 곳에 다른 느낌이 있었다고 말한다. 스스로 남자로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성전환 수술이나 동성연애가 불법이므로 그에게 방법은 히즈라가 되는 것 밖에는 없었다. 히즈라가 되기 위해서 남성의 성기를 제거하여야 했고 거세 후 가슴이 생기고 털이 없어지고 목소리가 바뀌는 신체적 변화를 경험한다. 성기뿐 아니라 성(性)호르몬도 없애는 거세의 탓이었다. 많은 문화에서 제 3의 성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다. 특히 종교들의 관점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불교나 힌두교는 다른 종교들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많은 문화에서 거세라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문화적 특성을 배경으로 하여 인도에는 이들 히즈라가 여전히 50만이나 남아있다. 모나는 공연수로서 여러 다양한 행사들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그리고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그 수입으로 살아간다. 히즈라들은 자신들끼리 사제관계, 공동주거로 일종의 가족을 형성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이들을 감정적, 경제적으로 더욱 뭉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이므로 초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인도인들은 이들이 축복과 저주를 모두 내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남성성과 여성성을 모두 갖추었기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혼이나 탄생 축하 잔치에 축복과 공연으로 돈을 번다. 그러나 이들은 그와 동시에 공포와 두려움, 거부감의 존재가 되기도 한다. 사회가 서구화될수록 난폭하고 거칠고 시끄러운 이들을 꺼려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히즈라의 경제적 기반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신이 히즈라가 아닌 한사람의 인간으로 보여지길 바라는 것이 모나의 간절한 소망이다.
(정리: 서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박사, 2001년; 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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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히즈라(Hijras): (김경학 교수)
서구문화는 일반적으로 이분법적 특성이 있다. 즉 정신과 신체,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 동성애와 이성애 등 세상은 철저히 이항 대립적으로 분화되어 있으며, 이의 분류와 모순되는 범주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취급을 받는다. 따라서 생물학적 성과 문화적 성을 이분법적이고 귀속적이며 불변하는 것으로 보는 서구적 보편주의 내에서는, 이분화 된 성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 예컨대 태어날 때부터 양성적인 사람들(양성구유자)과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반대되는 성에 해당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동성애자와 성전환 열망자)은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서든 정신과적 치료를 통해 어느 한 편의 성으로 교정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
그러나 다양한 비서구 문화는 이러한 이분화 된 성 체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처리하는 다양한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둘 이상의 문화적 성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신화 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생물학적 성과 문화적 성이 개인의 일생에 걸쳐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적인 사례들은 서구의 성 범주와 성애적 정체성이 그 사람의 모든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으로 보는 서구의 보편주의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분화 된 성 체계에 대해 도전하고 있는 문화들에는 인도의 히즈라(hijra)집단, 사우디 반도의 이슬람사회인 오만(Oman)의 한에쓰(xanith)집단, 북미 원주민의 베르다체(berdache), 타히티(Tahiti)섬의 마후(Mahu)집단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생물학적 성과 반대되거나 또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 또는 “또 하나의 성”(alternative gender) 범주에 속하는 성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동성애적 관계에서 수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들 문화는 서구의 성의 이분화와는 달리 다양한 문화적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예컨대 북미원주민들 가운데 모하브족(Mohave)은 4가지 종류의 성 정체성, 예컨대 여성, 남성적 속성을 지닌 여성(여성 베르다체), 남성, 여성적 속성을 지닌 남성(남성 베르다체)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적 사례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또 하나의 성” 범주 집단인 인도의 히즈라(Hijra)를 다소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서구적 성 범주에 대해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인도의 히즈라는 여장을 하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남성들로 구성된 다소 종교적 색채를 지닌 공동체이다. 히즈라 문화는 모신(Mother Goddess)을 섬기기 위해 자신들의 생식기 제거수술을 받는다. 이 거세수술에는 남근과 고환이 외과적으로 제거되지만,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성전환 수술처럼 그 곳에 여성의 질을 이식하지는 않는다. 거세수술을 통해 히즈라들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존재로 규정을 받는다. 이들의 전통적 역할은 애매모호한 자신들의 생물학적 성의 특성 때문에 남아의 탄생과 혼인의례 끝에 다산과 가계의 지속을 강복하는 의례의 수행이다. 히즈라의 전통적 역할이 영적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양성구유적 속성과 금욕주의적 속성을 지니는 인도 신성의 삼위일체의 하나인 쉬바신(Shiva)과 모신에 히즈라가 자신들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현지조사한 미국의 인류학자 세레나 난다(Serera Nanda)는 수많은 히즈라들 가운데에서 대표성을 띠고 있는 4명 히즈라의 생애사(life history)를 그녀의 저서 ꡔ남자도 아닌 여자도 아닌 히즈라ꡕ(1998, 한겨레신문사)에서 소개함으로써 히즈라들의 다양한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점은 모두가 생물학적으로는 남아로 태어나, 그 이후의 인생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히즈라가 되는 과정은 급진적이지 않고 상당히 점진적이다. 사람들은 청소년기에 자신과 반대되는 성적 특성을 보일 수도 있다. 예컨대 여장을 하고 여자처럼 소변보고 여성 이름을 지어 부르고, 몸짓, 말투뿐만 아니라 여자와만 손잡고 놀러 다니는 등 모든 면에서 여성적인 특징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보이는 청소년에 대한 타인들의 반응들, 예컨대 부모와 교사의 부정적인 처벌, 친구들의 괴롭힘, 다른 남자 청소년이나 성인들의 성적 접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외부인들의 반응과 함께 집에서 멀리 도망쳐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 방해받지 않고 여성적인 행위를 하고 싶은 욕구,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려는 욕구 등이 부과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인정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처럼 보이는 히즈라들과 비공식적 관계를 나누다가 결국 히즈라 공동체에 공식적으로 입문하게 된다.
물론 이들이 히즈라 공동체에 가입함으로써 자신의 성적 모호함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러한 가입은 자신에게 새로운 성 역할을 급작스럽게 받아들이게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긴장과 가정불화로 가득 찬 과거 삶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히즈라 공동체로 공식적 입문한 이후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의 모호함은 여러 해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성 정체성의 모호함은 자신이 거세수술을 받기로 결정을 내리기까지나 수술은 받은 후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 서구인들이 성전환수술을 받은 후 완전한 여성적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히즈라의 사례를 통해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수술 후에도 대부분의 히즈라들은 자신들의 동성애 빈도가 늘어감에 따라 남성이 아닌 여성적인 성 정체성이 점차 강화됨을 알 수 있다.
히즈라들의 이야기에 비추어 보면, 서구 사회과학의 보편적인 주장인 성 정체성과 그 역할이 초기 유년기의 결정적 시기(약 18개월부터 3살까지)에 일단 형성되어지면, 그것이 영구불변한다는 견해를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인도의 히즈라 이야기들은 성 정체성과 성 역할이 인생의 후기에도 변화되어 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동성애적 행위와 히즈라의 역할 간에 일련의 관련성이 있다는 점은 성 정체성의 발달과정이 급진적이 아닌 점진적인 성격을 보이며, 최소한 일부 사람들은 성 정체성 변화를 평생에 걸쳐 경험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인도의 히즈라 집단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은 다소 치우친 감이 있더라도, 그들이 다른 일반 인도인들과 많은 점들을 공유하고 있으며, 인도 사회와 문화의 많은 요소들을 자신들의 삶 속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히즈라와 여타 문화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성 범주에 속한 사람들은 문화적 성 범주와 인간 성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비서구문화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성 역할과는 달리 서구의 성전환은 또 하나의 성 범주를 부정하고, 영속적인 이분화 된 생물학적 성과 문화적 성에 대한 문화적 구성물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와는 크게 다르다. 따라서 서구문화는 성전환 열망자를 과도기적 지위로 규정지으며, 결국 전환을 열망하는 문화적 성에 맞게 생물학적 성을 만들어 줌으로써, 생물학적 성과 문화적 성간의 부조화의 딜레마를 빠져 나와, 성의 이분화라는 “흔들릴 수 없는 명제”를 지켜나간다.
우리 주변의 동성애자들의 자기 진술적 이야기에 따르면, 세상에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이분법에 흡수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으로부터 보다 확고한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닐 수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나 레스비언(여성 동성애자)들이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견고하게 확립하게 되는 과정에는 인도의 히즈라의 경우와 유사한 면이 있다.
(김경학: 전남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출처 링크 :
http://vaa.anthropology.or.kr/dong/content.aspx?idx=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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