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에 대한 흥미로운 책이 한 권 번역되었다. 키스 포크너(Keith Faulkner)의 <들뢰즈와 시간의 세 가지 종합>이라는 책으로, 들뢰즈의 시간론에 대한 연구서이다. 자세한 소개는 아래 가져온 알라딘에 올라온 출판사의 소개를 참조하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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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 이후의 철학적 성과를 집성하고 있는 <리좀 총서>의 다섯번째 권인 이 책은 들뢰즈의 시간론을 무의식적 층위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는 연구서이다. 본체적·능동적인 주체를 주장하는 칸트의 이론을 의문에 부치며 프로이트를 통해 들뢰즈의 수동적 종합을 해설하여 들뢰즈 연구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책이다.
들뢰즈 시간론에 대한 본격적인 해설서!!
무의식의 주체 이론으로 칸트의 종합 이론을 넘어서다!
키스 포크너(Keith Faulkner)의 <들뢰즈와 시간의 세 가지 종합>은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2장(반복론=시간론)에 대한 본격적인 해설서이다. <차이와 반복>을 조금이라도 읽어 본 독자라면 서구의 철학사를 가로지르며 ‘동일성, 존재, 일자(一者)’를 ‘차이, 생성, 다자(多者)’로 전복시킨 들뢰즈의 (천재적인) 사유에 공감하면서도 그리 친절하지 않은 설명 탓에 읽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더욱이 <차이와 반복>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장은 칸트, 후설, 흄, 베르그손, 니체, 프로이트, 프루스트 등의 논의들을 가로질러 독특한 시간론으로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마치 비문(秘文)을 읽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 점에서 <차이와 반복>의 시간론에 대한 해설서가 번역되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반갑기만 하다.
사실 <차이와 반복>의 시간론에 대한 해설서는 국내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들뢰즈의 시간론은 주로 <시네마>의 운동-이미지나 시간-이미지를 중심으로 소개되어 왔다. 반면에 <차이와 반복>의 시간론은 흔히 ‘차이의 반복’ 혹은 ‘차이를 동반한 반복’ 등의 다소 뭉뚱그려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쉽게 지나쳐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들뢰즈의 사상은 정작 ‘시간 없는 시간론, 생성 없는 생성론’이라는 기묘한 형태로 국내에 유통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의 부재는 들뢰즈의 사상을 주로 (시간이 배제된) 공간론적 ‘차이’로 환원시켜 버리는 반(反)들뢰즈적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생성과 시간을 결여한 차이(difference)는 동일성의 반립으로 정의되거나, 기껏해야 (선험적) 항들 사이의 항차(項差)에 머물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들뢰즈가 말하는 차이생성(differentiation)은 반복을 관조하고 수축하는 애벌레 자아들을 통해 풍요롭게 전개된다.
들뢰즈 이후의 철학적 성과를 집성하고 있는 <리좀 총서>의 다섯번째 권인 이 책은 이와 같이 ‘차이와 반복’에 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무의식적 층위의 관점에서 주체의 시간의 종합 이론을 독창적으로 해석해 내고 있다. 프로이트는 들뢰즈에 관한 연구 중 아직까지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성역이었다. 지금껏 베르그손이나 니체, 스피노자와의 관계에만 한정되어 다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핵심 논의 중 하나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들뢰즈가 말하는 ‘시간적 주체론’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프로이트와 들뢰즈의 상관관계, 특히 프로이트의 개념과 연구성과를 활용한 들뢰즈의 독창적인 사유의 전개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키스 안셀-피어슨이 말한 바와 같이 “들뢰즈 연구자와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며, 시간의 철학에 흥미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보답을 줄 책이다”.
이 책의 특징 : 프로이트를 등에 업은 들뢰즈
포크너는 이 책의 전체적인 논의를 수동적 종합의 정신분석학적 맥락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프로이트이다. 그동안 <안티 오이디푸스>라는 표제에서 미루어보듯 들뢰즈와 프로이트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포크너는 시간의 세 가지 종합을 논하는 상당수의 주석들이 주로 흄, 베르그손, 니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프로이트와 들뢰즈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 프로이트 없이 들뢰즈의 사상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프로이트를 무시하고서는 들뢰즈가 말하는 ‘옷 입은 반복’이란 불가능하고, 들뢰즈를 일방적이고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유기체적 층위만을 가지고 주체를 설명하려 한다면, 무의식적 층위를 중심으로 다른 층위들이 함께 엮이면서 작동하는 복잡한 주체의 형성과 그로 인한 시간의 발생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주체라는 것 자체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시간 속에서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프로이트의 ‘유아 성욕론’과 신경학적 맥락은 <차이와 반복>의 시간론에서 중추적인 요소를 이루고 있다(2장 참조).
포크너는 들뢰즈의 저작들과 프로이트의 저작들을 꼼꼼하게 독해하면서 어떤 면에서 프로이트와 들뢰즈 간에 영향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분석학의 층위에서 펼쳐지는 들뢰즈의 시간론을 독창적으로 연구해 낼 수 있었다. 그 중 프로이트의 초기작인 <과학적 심리학 초고>에서 사용되었던 용어와 들뢰즈가 펼치고 있는 개념들의 상관관계를 읽어 내고,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토템과 터부> 등에서 들뢰즈가 시간과 관련하여 사용하는 ‘강요된 운동’, ‘공명’과 같은 용어와 ‘순수사건’ 이론 등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것이 본체적·능동적인 주체를 주장하는 칸트의 이론을 의문에 부치는 들뢰즈의 수동적 종합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을 증명해 낸다.
이 책의 구성 : 들뢰즈의 수동적 종합을 밝히다
포크너의 책 <들뢰즈와 시간의 세 가지 종합>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칸트의 시간의 세 가지 종합을 들뢰즈가 어떻게 비판하고 (수동적 종합으로) 재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칸트의 능동적 종합 아래에서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수동적 종합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2장에서는 성욕과 관련된 시간의 수동적 종합, 즉 수동적 종합의 정신분석학적 층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는 시간의 발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성욕(sexuality)과 자아 형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3장에서는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생물심리학적 삶’이라고 부르는, 수동적 종합의 신경학적 층위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들뢰즈가 수동적 종합을 생물심리학적 맥락으로 탈바꿈시킨 대목들을 (프로이트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4장에서는 시간의 텅 빈 형식과 관련된 시간의 정적 발생과 니체의 영원회귀론을 다루고 있다. 특별히 해럴드 로젠버그(Harold Rosenberg)의 등장인물 변화와 드라마 이론들을 사용해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해석을 이끌어 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들뢰즈에게 미친 동시대의 세 가지 영향들, 즉 구조주의, 하이데거, 현대소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 들뢰즈 시간론에 대한 치밀한 분석가
키스 포크너는 국내에 <싹트는 생명>의 저자로 잘 알려진 키스 안셀-피어슨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 워릭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2006년에 이 책을 출간하였는데, 그때까지 이렇게 상세하고 치밀하게 <차이와 반복>의 시간론을 설명한 해설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국내 외의 많은 들뢰즈 연구자들의 찬사와 함께 그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였다. 아직까지도 이 책에 버금가는 <차이와 반복>의 시간론에 대한 해설서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그는 또한 2007년 말에도 <시간의 힘>(The Force of Time : An Introduction to Deleuze through Proust)이라는 무게감 있는 저작을 발표해 들뢰즈 시간론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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