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에 갔었다. 여자 후배(친구라고 해도 무방하다.)와 그 후배의 어머니. 친구들은 이 추운 날 내가 등산을 갔다는 것에도 놀라지만 혼자가 아니라 후배와 같이 갔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하지만 ‘후배의 어머니’와 함께 등산에 간다는 말에는 모두 반문을 했다. “뭐, 후배 어머니와 등산도 가냐?” 이 얘기를 후배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우리들 관계를 모르는가 보네요. (우공이) 보고 싶어 하는 관계라는 걸” 고맙게도 이렇게 정리해주셨다. 우리는 ‘보고 싶어 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내가 후배 어머니께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모녀간의 대화에 이끌려서 였다. 친구 같은 대화였으니깐.(내가 ‘여자 후배’라고 굳이 성을 밝힌 것은 ‘모녀 관계’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 어머니를 만났을 때(이번 등산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부담 없이 이것저것을 물어봐주셔서 너무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편안하면서도 설레게 말 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을 만난 것이다.
등산의 왕초보인 나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헐레벌떡 나간 덕에 준비가 아주 미흡했다. 이번 등산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하체가 부실한 내가 준비도 미흡했으니 조금 고생을 했다. 하지만 아주 즐거웠는데 그것도 어머니가 여러 가지를 준비하셨기 때문이었다. 물론 언제나 편안하면서도 기분 좋은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는 후배-친구와의 대화 때문에도 한결 즐거운 산행이었다. 아마 이 두 모녀가 아니었다면 추운 날 겨울산에 오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르고 내려 왔으니깐.
이 두 사람과 만난다는 기쁨이 있어 등산을 한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등산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최근 내 안에서의 변화를 더욱더 ‘가속’시키고, 그것을 좀 더 생각해보기 위해서였다. 올해의 컨셉인 ‘변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실행한 것이랄까. 이건 아주 기분이 좋았고, 후배-친구의 말처럼 ‘홀릭’이 되어버렸다. 오늘 간 산에 마음 맞는 친구를 꼬셔 한 번 더 갈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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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를 편안하면서도 설레게 말 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사람'은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저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