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기 2008년 11월 20일 00시 23분

작가

최근 대학로 필리핀 이주민 시장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 두 명의 작가와 3시간 동안 긴 수다를 떨었다. 그들이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하는 것에 주저할지도 모르지만 3시간 대화를 하고 난 후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그들이 '작가'라고 생각했다. 3시간 동안 내게 흘러들어온 열정, 그간 진행된 작업들의 성실한 기획, 이후 작업에 대한 진솔한 고민을 가진 그들은 '작가'였다.

누군가 '그들이 작가라면 창조적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들은 창조적이며 이와 동시에 '정치적인 것'을 묻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익숙한 것들(전단지, 냅킨(휴지), CD 등)에 필리핀 시장이란 것에 맞게 빼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며 새로운 것을 생성해 왔다. 예를 들어, 그들은 필리핀 시장 상황 자체를 영화라고 여기고 그 공간의 소리를 녹음한 후 이것을 CD에 담아 '필리핀 시장 O.S.T.'를 만들었다. 필리핀 시장 모습은 '영화 화면', 필리핀 시장 소리는 '영화 음악'인 것이다. 이 과정은 그들이 지금까지 필리핀 시장을 재현해 온 방식들을 분석한 결과로 나온 대안적 활동이다. '이국의 새로운 맛'에만 집중하는 블로거들의 접근, 필리핀 시장을 서울의 다양한 풍물시장으로 소개하는 기사, 단편적 르포 형식의 언론 기사 등은 필리핀 시장을 대상화, 타자화 한다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들이 이러한 것에 거리를 두며 다양한 형식의 재현을 실험하였다. 이밖에도 그들은 전단지, 냅킨 등을 통한 표현활동도 하였다.

이 날 대화를 마치고 집에 오면서 오늘날 작가는 다양한 주체들, 혹은 주체성의 활력을 포섭하는 권력과 자본에 적대하는 자라는 생각을 했다. 제국적 재현 권력과 자본의 이름으로 정체화 단일화되는 표현방식이 점차 강화되는 오늘날 그들은 이에 맞서는 창조적 투사가 아닐까 싶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Trackback url :: http://ugongisan.net/trackback/375

댓글을 달아 주세요